(서울=연합뉴스) 이우탁 이정진 기자 = 미국은 이른바 제2차 핵위기의 뇌관이 됐던 'HEU(고농축우라늄) 관련 정보' 를 북한에 정식으로 제시하기 전에 한국에 미리 설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방한중인 이태식 주미대사는 25일 기자간담회에서 "2002년 8월 하순 내가 당시 외교부 차관보일때 존 볼턴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이 방한해 내 방을 찾았다"면서 "그 자리에서 HEU 정보를 우리에게 제시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제임스 켈리 대통령 특사가 2002년 10월 3-5일 방북해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에게 'HEU 정보'를 제시하면서 이른바 'HEU 파문'이 촉발됐던 점을 감안하면 미국이 그보다 한달 이상 빨리 우리 정부에 관련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당시 켈리 특사 일행이 HEU 정보를 들이대며 압박하자 강석주는 "우리는 더 진보된 무기를 생산할 준비가 돼있다. 핵무기로 위협을 하는 미국은 우리의 농축우라늄 활동을 중단하도록 요청할 권한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
미국은 강석주의 발언을 근거로 '북한이 HEU 프로그램 추진을 시인했다'고 대외적으로 발표했고 이를 계기로 제네바 합의가 파탄을 맞는 등 2차 핵위기가 본격화됐다.
이 대사는 '현재의 시점에서 미국이 당시 제시했던 HEU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가 평가를 별도로 해야할 사안이기 때문에 언급하기가 그렇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이수혁 전 6자회담 수석대표는 최근 북핵 협상의 이면의 얘기를 담은 서적인 '전환적 사건'(중앙북스 발간)을 통해 볼턴 전차관과 이태식 당시 차관보간 면담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했다.
이수혁 수석대표는 "볼턴은 1997년경부터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을 추진해온 북한의 농축우라늄의 연구.개발 범위가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 고위층에서 조만간 대북 조치에 관한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가급적 조기에 구체적 대처방안에 관해 한국 측과 협의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고 서술했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이수혁 대사가 나한테 그런 것을 물어본 적은 없다"면서도 "당시는 한.미.일 간에 북핵 문제를 빨리 끝낼 수 있겠느냐는 논의가 많이 되던 상황이었다. 그해 6월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국의 협의 과정이 있었고 그때 부시 행정부가 '볼드 어프로치(과감한 접근)'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제시했었다"고 회고했다.
한편 볼턴 전 차관은 이른바 네오콘의 대표인물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력히 주창해왔으며 이후 미국의 유엔대사를 거쳐 현재 민간인으로 있으면서도 미국내 강경파를 주도하며 최근의 북.미 핵협상을 견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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