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사회단체 중심으로 불매 캠페인 전개 계획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사실상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으로 '우리의 식탁도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사회단체 등은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리고 미 쇠고기의 소비를 자제하는 캠페인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27일 포털사이트 다음에 따르면 토론방 `아고라'에는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된 18일 이후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고 정치권을 규탄하는 네티즌 청원이 41개나 올라왔다.
아이디 `eternity'가 25일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청와대와 국회로 보냅시다!'라는 제목으로 작성한 네티즌 청원에는 개설 하루 만에 목표인 5천명 이상의 네티즌이 동참했고 19일 개설된 `학교급식에 미국산 소고기 금지 규정을 만듭시다!'라는 청원에도 일주일 만에 서명자가 6천명을 돌파했다.
네티즌들은 다른 포털사이트와 방송사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광우병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털어놓고 관련 시사토론이나 심층보도를 해줄 것을 주문했다.
아이디 `하늘바다'는 한 인터넷 게시판에서 "이제는 라면 한 그릇을 먹어도, 우유 한 잔을 마셔도, 냉면 한 그릇을 먹어도 광우병에 걸릴 수 있겠다. 너무너무 무섭다. 이럴 바에야 다른 나라에 가서 불법 체류라도 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싶다. 동남아로 이민갈까 생각 중이다"라고 걱정했다.
가족의 식단을 책임지는 가정주부나 외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직장인들의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사는 주부 김미연(28)씨는 "찝찝해서 어떻게 먹겠나. 아이한테 이유식을 먹여야 하는데 쇠고기죽에 미국산 쇠고기가 섞여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시댁에서 고깃집을 하시는데 광우병 때문에 손님이 줄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부 이미화(39)씨도 "앞으로는 수입산이라고만 해도 조심해야겠다. 광우병 때문에 갈비탕이나 설렁탕은 꺼리게 될 것 같다. 중학생 아들도 학교에서 급식을 실시해 걱정이 된다"라고 우려했다.
평소 직장 근처 설렁탕집에 자주 다닌다는 회사원 정인택(32)씨는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개방이 결정된 이후 설렁탕 먹기가 꺼려진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해봤는데 광우병 때문에 설렁탕이나 갈비탕 등 쇠고기 음식류보다는 다른 음식을 골라야겠다는 의견이 많았다"라고 전했다.
이는 소뼈를 고아 국물을 내는 음식이 많은 한국의 음식문화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할 경우 광우병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높을 수 있다는 인식이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변혜진 기획국장은 "영국에서는 인간 광우병이 발병한 200명 중 10명을 빼놓고 모두 사망했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뼈를 고아 먹거나 곱창 등 내장을 먹는 식습관이 있어 광우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또 한국인들은 광우병에 걸리기 쉬운 유전자 형질을 갖고 있어 더욱 위험하다"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학교 급식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는 안전 스티커를 붙이는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홍하일 위원장도 "쇠고기 수입 개방을 허용한 것은 부도수표인 줄 알면서도 현금으로 바꿔준 것과 마찬가지"라며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각종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한 식당 업주는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가격이 싸서 안 쓸 수가 없을 것 같다. 몇 십만원씩 하는 한우 가격을 감당하기 힘든 손님이 많다"라며 "가격 경쟁력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가 실제 우리 식탁에 많이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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