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정책 주도권 강화..18대 국회 재론 불씨 남아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경기회복의 해법으로 추경과 감세를 각각 제시하면서 팽팽하게 전개되던 정부와 한나라당간 줄다리기에서 당이 `판정승'을 거뒀다.
정부가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일관되게 추경 편성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결정은 당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당의 정책주도권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추경 반대 당론을 주도한 중심에는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서 있었다.
이 의장은 정부의 추경 편성 입장이 나왔을 때부터 "경기부양용 추경예산은 불가능하다", "추경을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고, 지난 18일 첫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당정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23일과 26일 두 차례 당정협의가 열렸으나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정부와 각종 규제완화와 감세조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당은 끝내 입장차만 재확인해야 했다.
정부는 현재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등으로 한정돼 있는 추경 예산의 편성근거를 완화하기 위해 국가재정법을 손질하자고 나섰지만 여당 정책방향의 `키'를 쥔 이한구 정책위의장의 반대에 번번이 부딪쳤다.
정부 측은 당에 제출한 법안 검토의견에서 "최근의 경제여건은 경제활성화와 서민생활 안정 등을 위한 추경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경제성장이 지체되고 서민의 고통이 지속하는 등 어려운 경제상황이 개선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정책위의장은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추경은 우리(한나라당)도 반대할 뿐만 아니라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면서 "결과는 뻔한데도 임기 중에 뭔가 보여주고 싶어서 옛날 스타일로 하는 게 문제"라고 일축했다.
이러한 흐름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에서 "예산을 늘려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예산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고, 결국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경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한 것은 추경을 둘러싼 당정대결에서 당의 정책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 정책위의장은 경제활성화가 국가재정의 건전화와 민간의 자율확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철학에서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다는 소신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임시국회에서 적대적 M&A(인수합병)를 방어하기 위한 상법 개정안과 장애인 차량의 LPG 특소세 면제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기업의 지방투자여건 개선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지방투자촉진특별법 개정안 등 17개 법안 통과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에는 부가가치세법(문화산업 관련 중소기업을 창업중소기업에 포함, 소득.법인세 50% 감면), 사회복지예산보조금 지원에 관한 특례법(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에 사회복지예산 보조), 독립유공자법(보상금지급 대상을 1945.8.14일 이전 사망한 독립유공자 손자녀 1인에서 사망시기와 관계 없이 손자녀 1인으로 확대지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세수 부족 등의 이유를 들어 정부가 난색을 표시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은 이 법안들이 야당과 처리키로 합의했을 뿐만 아니라 총선공약이기도 해 입법권을 쥔 국회가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 정책위의장은 "우리는 그동안 국민에게 약속한 게 있어서 그건 실현해야 한다"면서 "문제점이 있는 것은 수정이 될 수 있어도 하여튼 취지대로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경을 둘러싼 양측의 대립이 완전히 소진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추경 편성을 주장해온 기획재정부는 4월 임시국회 추진은 힘들어졌지만, 추경을 완전히 접지는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기 때문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은 국회의 반대가 심해 못하지만 경제상황은 추경을 미룰 만큼 여유롭지 않다"면서 "18대 국회에서라도 추경편성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차피 추경 편성을 위해 국가재정법 등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한 만큼, `추경 반대론자'인 이 정책위의장이 바뀐 뒤 재추진하겠다는 계산도 담겨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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