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화해의 여정(和諧之旅)'이 아닌 '수난의 길'을 걷고 있는 2008베이징올림픽 성화가 인권단체와 친중국시위대의 충돌속에 서울에서 봉송을 완료했다.
베이징올림픽 성화는 27일 낮 2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이 1번 주자로 나서는 등 경찰의 삼엄한 호위속에 5시간여 동안 릴레이 봉송을 펼친 끝에 저녁 7시께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올림픽 성화가 서울에서 봉송된 것은 1988년 서울 대회와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이후 세번째다.
지난달 24일 고대 올림픽 발상지인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성화는 카자흐스탄 알마티, 터키 이스탄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오만 무스카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인도 뭄바이, 태국 방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호주 캔버라, 일본 나가노를 거쳐 이날 새벽 서울에 들어왔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씩 속에 시민과 중국 유학생 등 수천여명이 행사장을 찾아 4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올림픽 성화를 지켜봤다.
평화의 광장에서 시작된 봉송 행사에서는 라진구 서울시 부시장과 김정길 KOC 위원장이 연단에 올라 환영사와 축사를 했다. 이어 리빙후아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BOCOG) 부위원장이 첫 주자인 김정길 위원장에게 성화 불꽃을 전달했고 김 위원장이 평화의 문 사이로 천천히 뛰어나오면서 봉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평화의 광장 끝 무렵에서 두번째 주자인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에게 성화 불꽃을 이어줬다.
30분여 무난히 봉송을 이어가던 성화는 신천역 부근 코스에서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47) 가산디지털단지 역장이 주자로 뛰는 순간 탈북자가 난입했지만 곧바로 경찰에 의해 끌려나갔고 잠시 멈췄던 봉송은 다시 재개됐다.
40분 뒤에는 역삼역 인근에서는 주자 50여m 앞에서 북한인권단체 회원 2명이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다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성화는 이후 강남역을 지나친 뒤 한남대교를 건너 장충단공원 쪽으로 향했으며 국립극장에서 1시간 가량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동대문, 청계천,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 오후 7시께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무사히 도착했다.
총 거리는 22㎞ 가량이며 봉송에 80여명의 주자가 나섰다. 남은영, 임오경(이상 핸드볼), 심권호(레슬링), 전병관(역도), 황영조(마라톤) 등 역대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홍명보, 엄홍길 등 스포츠스타들도 주자로 참여했고 고아라, 정일우, 바다, 장나라, 송일국 등 연예인, 정치인 등도 봉송 행렬에 동참했다.
마지막 주자는 서울올림픽 개막식 '굴렁쇠 소년'으로 유명한 윤태웅씨가 맡았으며, 윤씨가 서울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소형 성화대에 불꽃을 옮겨 봉송행사는 모두 마무리됐다.
성화는 저지되는 사고없이 봉송을 마쳤지만 이날 서울시내는 인권단체와 친중국 시위대간에 투석전이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 봉송을 마친 성화는 밤 11시 인천국제공항에서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북한으로 넘어가며 28일 평양 봉송을 마치면 베트남 호치민, 홍콩, 마카오를 거쳐 중국 본토에 도착한다.
성화는 올림픽 개막일인 8월8일 베이징의 메인스타디움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 점화되기까지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넘어 유혈시위 사태를 겪은 티베트를 통과하는 등 중국 내 100여개 도시를 도는 긴 여정을 다시 거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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