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김범현 기자 = 이명박 대통령과 재계 대표의 28일 청와대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관 합동회의'는 첫 회의답게 건의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민관 합동회의를 분기별로 한번씩 개최키로 한 상황에서 열린 첫 회의인 만큼 이날 회의는 난상토론 보다는 재계의 건의와 현안을 테이블에 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특히 올해 투자액과 신규 채용규모 등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각 기업이 직면한 세부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적극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이건희 회장 퇴진으로 삼성의 '얼굴' 역할을 하게된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준비해온 요청사항을 언급하기 앞서 "경제살리기에 애쓰고 있는 때 불미스런 일이 있어 죄송스럽다"며 "경영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우리사회에는 반기업 정서가 너무 강하다"고 주장하고 "반기업 정서가 해소되면 기업 투자가 활성화되는 만큼 정부도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많이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올해 그룹의 투자.채용계획과 함께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위한 벤처기업 육성,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의지를 밝힌 데 이어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조속한 발효를 강조했다.
구본무 LG 회장도 중소 협력업체의 중요성을 거론했다. 휴대전화나 첨단 가전, LCD 등의 경우 수입 부품.장비를 상당부분 사용하는데, 이런 게 국산화될 경우 로열티 감소는 물론 원가 경쟁력 강화, 국가기반 구축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취지였다.
구 회장은 "경쟁력있는 협력업체 육성을 위해 국책 연구기관이 개발한 첨단 기술을 협력업체에 이전하고, 이런 기술이 제품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해 달라"고 당부하고 " 연구개발, 교육 등과 관련한 자금에 대해 세제지원 확대를 요청한다"고도 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에너지와 IT(정보기술)의 발전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최 회장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 직접 대응할 방법이 부족하다"고 전제하면서 "단순한 자원개발 보다 그 나라가 필요로 하는 산업이나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하면 그 수익이 우리나라로 유입될 수 있다"며 민간과 정부의 외교 비즈니스 역량의 결합을 강조했다.
동시에 정보통신 영역간 융합을 가로막는 규제장벽 제거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지주회사 규제완화를, 김준기 동부 회장은 정부 주도의 투자보험공사 설립을,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정부 입찰제도와 공동도급제 개선 등을 각각 건의했다.
회의에서는 또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제2롯데월드 건설 문제를 거론하자 이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창무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 "서머타임제가 실시되면 0.3% 정도의 에너지 절약 효과가 있다"며 서머타임제를 건의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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