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민주당에 잇단 러브콜
민주당을 잡기위한 여야의 공개 구애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꼬마 민주당’, ‘소수정당’이라는 꼬리표에서 벗어나, 이번 정계개편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당의장은 최근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는 12월초가 되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대연합에 대응하는 민주개혁대연합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며 ‘범여권통합론’에 불을 지폈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한편 한나라당은 이명박, 홍준표, 김무성 의원 등 중진급 의원들이 나서 한-민 공조에 대한 의사를 내비치더니 급기야 당 대표까지 나섰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지난 22일 관훈토론회에 참가해 “민주당과의 합당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발언했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는 “한나라당은 경상도에서 지지율이 높고, 민주당은 호남에서 지지율이 높으므로 지역 간 감정을 해소하고 통합하기 위해 양당이 합쳐질 수 있다면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우선 물꼬를 트기위해 정책공조 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민주당은 연이은 공개 러브콜에 대해 본격적인 수습에 나섰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25일 국회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어떤 당과도 당 대 당 통합 또는 연대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당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향해 “민주당과 한나라당 연대설은 한마디로 실체가 없고, 다분히 정략적 인 성격이 강하다”면서 “이는 호남공략과 서진정책의 정치적 시나리오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을 향해 “이런 얘기를 흘려도 하나라도 손해 볼 거 없다고 생각해 자꾸 흘린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열린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을 지역정당으로 몰다가 세가 몰리면 통합 얘기를 하는데,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권을 잡기위한 정계개편이 아니라 정치개편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인터넷모임인 뉴민주닷컴 김환태 편집인은 25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나라당의 합당제의는 호남을 놔두고는 정권을 잡기 힘들어 나온 정략적 제의 밖에는 안 된다"며 "합당되면 좋고, 안되면 지역적으로 호남을 분열시켜 민주개혁세력의 분열 효과를 노린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김 편집인은 “최근 여야의 이러한 움직임 속에 민주당은 다가올 정계개편에서 ‘중도개혁세력 통합론’과 ‘한-민 공조론’을 효과적으로 이용해 정치권 판 흔들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야의 발 빠른 움직임에 정치권에서는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최근 정계개편 논의는 지역을 이용한 정략적 구도만 횡행할 뿐 원칙도 없고, 염치도 없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민 엄연한 경쟁상대, “합당할 관계 아니다”
한편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두 당이 공조의 논의에서 벗어나 양강 구도를 확립해 가야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역사적으로 다른 길을 걸어온 만큼 각 당의 정체성을 살려 경쟁의 구도로 가야 한다는 것.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한-민 공조 논의가 불거진 지난 21일 “두 당은 해방이후 한국정치 50년을 이끌어온 당으로서, 한나라당은 항상 민주당 반대편에 있었다”면서 선의의 경쟁을 해야지, 합당할 관계가 아니라고 못 박으며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어 유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독재, 민주당은 반독재, 한나라당 관치경제, 민주당 시장경제를 주장했으며,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한나라당은 대립, 민주당은 화해와 평화통일을 지향해 왔다”며 두 당의 정체성은 엄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장상 대표도 지난 22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50년 역사의 민주당과 한나라당과는 그 뿌리와 노선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시대적으로 무엇이 플러스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합당을 한다든가 하는 것은 멀리 바라 볼 때, 역사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뉴민주닷컴 김환태 편집인은 "열린당은 정계개편이 시작된 후 분열해 가면서 당은 해체될 것이고, 이는 열린당이 권력을 따라 민주당을 깨고 나갔을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열린당이 해체되면 민주당이 대년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양강구도로 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편집인은 “한나라당에서 박근혜 전 대표, 강재섭 대표 등이 호남에서 지역감정해소 차원에서 공을 들이는 것은 정당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정당성이 담보돼 있는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이어 “지역민 정서를 봤을 때나 역사적으로 봤을 때나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통합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한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대권을 얻으려는 목적을 떠나, 민주당과의 통합설을 재차 내비치는 것은 호남에서의 동조와 지지율을 얻기는커녕 오히려 반발을 사는 것 밖에 안 될 것이고, 조만간 해체될 열린당을 무시하고 민주당과 상생적 경쟁관계로 가야한다”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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