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북한을 제대로 왕따 놓기 시작했다. 유엔 안보리가 23일 탄도미사일 기술 이용 금지를 규정한 유엔의 결의를 무시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에 대해 제재를 확대하는 새로운 결의안 208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이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을 추가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쉽게 무시하기 힘들만큼 위협적인 얘기다.
물론 모든 상황은 북한이 스스로 만든 결과다. 의도치 않게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도 아니다. A부터 Z까지 전적으로 북한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국제적 고립이라는 얘기다.
미사일 발사에 앞서 국제사회가 얼마나 발사를 만류하고 경고했던가. 북한은 스스로 자신의 우방까지 발로 걷어차 버렸다. 중국이 북한을 직접 규탄한 것이다.
사실 북한은 중국에게 있어서는 자신들의 의지를 대리 표출할 수 있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었다. 미국을 적대하면서도 직접적인 모욕이나 공격은 부담스러운 중국에게 있어 국제사회의 룰을 무시하고 맘대로 떠들 수 있는 북한은 자신들의 싸구려 아바타 정도로 써 먹을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세계가 규탄하고 있는 일을 중국이 감싸주기만 하지는 못할 일이다. 이번 결의안에 대해서도 적절하고 균형잡힌 결과라고 중국 정부가 평가하지 않았던가.
북한이 스스로 6자회담을 걷어찼으니 의장국인 중국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시진핑도 최근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향후 중국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변화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발표 이후 곧바로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 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 군사력을 질량(質量)으로 확대 강화하는 물리적 대응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면서 “6자회담은 사멸(死滅)되고 한반도 비핵화는 종말을 고했다”고 했다. 기어코 3차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다.
스스로 또 벼랑끝으로 걸어 들어간 북한이다. 고립된 북한은 곧바로 위기다. 수십년 전부터 극심한 경제난에 허덕이지 않았던가. 앞으로 북한이 지게 될 부담이 더욱 커진 셈이다.
어떤 국가도 교류 없이 성장 할 수는 없다. 그게 현대사회다. 북한은 그걸 망각하고 있거나 크게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생존이 더 위태로워졌음에도 그것을 미사일과 핵으로 극복하려 한 것 자체가 그 반증이다.
국제사회와의 단절을 뻔히 내다봤음에도 스스로 세계와 맞서려고 한 게 아닌가. 잘못된 지도부의 선택에 고통받는 건 북한 주민들 뿐이다.
극소수 특권층으로서는 김정은에게 충성만 하면 자기 자리 지킬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일테고 김정은 역시 자존심 지키기에만 바쁘다.
김정은 체제로 바뀌고 나서 국제사회에 손을 내미는 광경을 기대했건만, 더 깊고 어두운 골로 빠져버리는 북한이다. 권력층의 이익만 쫓다 결국 북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는 형세다.
북한과 세계의 기 싸움에서 승자는 자명하다. 누가 꼬리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지를 아는 싸움에서, 이 싸움은 길어질수록 패자에게 깊은 상처와 모욕을 안겨줄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 후 국무·국방장관에 북한과 대화를 주장해온 인사를 지명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제1 가치도 ‘안보’다. NLL이나 북핵에 있어서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게 그동안의 행보다.
다시말해 세계가 공조해 북한과 대립하고 있다는 얘기다. 절대 우리가 먼저 굽힐 리는 없다.
북한은 핵무기 포기하고 미사일 개발 내려놔라. 남은 건 군사적 위협 밖에 남지 않은 북한에게 어려운 일이란 거 잘 안다. 자존심 보다 중요한 게 북한 주민들의 생명이 아닌가.
이제 우리는 북한의 막가파식 행보에 주의해야 한다. 분풀이식 무력 도발에 맞설 수 있도록 만반의 대책을 만들어 놔야 한다.
대화는 말이 통하는 상대에게 유용한 법이다. 북한은 대화상대가 아니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북한의 도발과 뒷통수 치는 일에 대비하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박 당선인 측은 미국·중국과 함께 우선 북한이 그런 최악의 상황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데 외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극단적인 자폭형태의 모습으로 내몰기보단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물론 어려운 얘기다.
북한이 내부로부터 목소리를 내도록 해야 한다. 자기 욕심만 채우기 바쁜 김정은과 특권층을 각성시킬 수 있는 방법은 그것 뿐이다.
권력층의 안락을 위해 희생 당하고 있는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북한의 실태를 주민들이 명확히 인식해 안으로의 혁명이 일어나야 특권층도 견제 받을 수 있다.
꼭 무력 시위만이 답은 아니다. 문화적 계몽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변화를 이끌고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것이 그 지름길일 것이다.
북한이 고집을 꺾지 않으면 결국 붕괴다. 지구 상에서 자신들을 옹호해주는 이들은 하나도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그 원인이 자신들에게 있음을 깨달아라.
김승근 기자 hem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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