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의 소속사는 IHQ, 김태희와 문근영의 소속사는 나무액터스. 한국의 스타를 거론할 때 늘 소속사가 따라붙는다. 그럼 미국 최고의 섹시스타 샤론 수톤의 소속사는? CAA라는 최대 에이전시 회사라 답할 사람이 많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말하면 샤론스톤의 소속사는 없다. 샤론스톤 뿐 아니라 미국 모든 스타의 소속사는 없다. 단지 그들은 마치 변호사를 고용하듯,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을 뿐이다.
세계 대중문화 권력을 지닌 미국의 매니지먼트산업을 분석한 보고서가 발표됐다. 이미 19세기 말부터 연예매니지먼트 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미국은 헐리웃 스튜디오 시스템과 반트러스트법(독과점 금지법)의 과정을 거치면서 제작사와 스타간의 계약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에이전시 제도를 정착시켜 왔다.
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KBI(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의 하윤금 책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연예인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갖춘 에이전시와 제작사, 매니지먼트사가 분리되어있으며 에이전시는 취업에이전시법(Employment Agency Law)에 의해 규제, 관리되고 이에 따라 라이센스를 받아 활동하기 때문에 연예산업의 투명성과 공신력을 보장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나 매니저 행세를 할 수 있는 한국과는 확연히 다르다.
미국의 전문화된 에이전시 시스템은 변호사, 회계사, MBA출신등의 고급인력을 에이전시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고급인력의 유입으로 에이전시의 전문성은 더욱 강화되고 연예산업은 고급화를 꾀해 수익의 증대를 가져왔으며 우수한 에이전트들은 대제작사의 경영진으로 스카우트되는 등 산업적으로 안정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매니지먼트사나 에이전시는 연예인 육성에 관련한 업무에 참여하지 않으며 에이전시의 경우는 직접 제작업에 참여하거나 제작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연예에이전시는 사업의 투명성을 보장받기 때문에 매니지먼트사와 제작사들간의 견제역할을 할 수 있다. 대형화하면서 관련 산업분야를 수직통합하여 국내 매니지먼트사들과는 매우 대조적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연예인들은 특정 회사에 전속되는 제도가 없으며 매니지먼트사와 에이전시는 연예인들을 철저하게 ‘고객’(client)으로서 간주한다. 각 에이전시에 소속된 에이전트들이 배우, 작가, 감독, 제작자등의 업무를 조율하여 서로간의 고용기회를 창출하고 계약관련 업무를 진행하며 수익증대를 위한 기획에 참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법적인 라이센스를 취득해 활동하는 에이전트들에 대한 연예인과 제작사들의 신뢰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매니지먼트 철저한 사원관리 시스템으로 연예인도 월급제
KBI하윤금 책임연구원의 ‘한류지속을 위한 방송 연예매니지먼트 산업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분석한 일본 매니지먼트산업은 국내 매니지먼트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950년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본의 매니지먼트는 TV방송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연예매니지먼트가 중심이 되어 있다. 또한 1912년 창업한 ‘요시모토흥업’은 연예매니지먼트, 프로그램제작 및 제공등 일본내 가장 규모가 큰 종합엔터테인먼트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요시모토흥업’의 사업모델은 최근 일본의 연예산업을 교육, 연예인육성, 매니지먼트기능, 에이전시, 제작, 유통기능까지 포함하는 수직통합형태로 이끌어 일본내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연예인을 ‘고객’으로 간주하는 미국과는 달리 일본의 연예인은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회사원’과 같은 존재로 인식되어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연예인에 대한 전속금 제도는 없으며 연예인은 월급제와 분배제로 계약을 맺고 활동하게 된다.
국내에서 최근 가수 이효리가 약 15억원에 ‘엠넷미디어’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것과는 확연하게 틀린 구조를 가지고 있다. 또한 연예인의 출연료 책정도 스타성에만 기준을 두지 않고 방송시장의 순위나 인기도, 과거의 출연경력, 시청률등의 자료를 기초로 제작사와 매니지먼트사가 결정하기 때문에 과도한 출연료가 책정될 수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렇듯, 미국과 일본의 매니지먼트 역시 거대해진 스타 권력을 이용한 대형회사들의 문화권력집중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법적인 제도와 규제로 효과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미국의 매니지먼트산업이나 철저한 사원관리 시스템을 가진 일본과는 대조적으로 국내 매니지먼트는 이렇다할 시스템이나 관련법이 전무한 상태다.
국내 한 매니지먼트의 해외마케팅 관계자는 “한국 연예산업을 전문화된 산업으로 보기엔 형성된 시장에 비해 터무니없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한류가 우연히 만들어졌든 마케팅전략의 성공이든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산업화 시스템 정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마케팅에서 문화적 흐름이나 스타에 대한 이해도가 충분한 매니지먼트 전문인력이 없어 ‘한번 밀어붙여봐야’ 아는 상태”라고 밝혔다.
많은 전문가들은 세계시장에서 ‘한류’가 국내 대중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기는 했으나 단발성에 그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로서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연예산업의 안 좋은 점만 고스란히 받아들인 형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연예산업이 급성장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전문인력 부족과 산업화된 시스템의 미비, 투명성과 공신력의 확보없이 스타성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등이 문제점이라고 지적되어 심도있는 논의가 오갈 것으로 보인다.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