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면 한국의 포털을 검색사이트라 부르기조차 힘들다. 이들이 언론권력을 행사하면서, 대부분의 포털사는 검색기능 개발을 뒷전으로 미루어놓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구글은 한국의 포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자본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구글에 접속하면 그 넓은 공간에 단순한 검색창 하나 띄워놓을 뿐이다. 구글이 돈이 없어서 뉴스를 사올 수 없었을까. 구글이 기술이 없어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솔루션을 붙일 수 없었을까. 구글은 시종일관 보다 나은 검색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전력투구했다. 그래서 세계적인 검색사이트로 우뚝 설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의 포털사는 블로그와 까페를 통해 남의 콘텐츠를 불법적으로 끌어들였다. 검색리스트 역시 자사가 보유한 블로그와 까페를 우선적으로 잡아준다. 외부 사이트를 제대로 검색되도록 하는데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그 대신 한국의 포털은 모든 뉴스를 헐값에 사와 언론권력을 쥐는데 사업방향을 정했다. 마치 과거의 재벌들이 기술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유망한 중소기업들을 집어삼키며 성장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이다.
이로 인해 아직도 구글보다 더 나은 검색엔진을 개발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검색 벤처기업들은 의욕을 잃고 있다. 어차피 이미 시장의 70%를 장악한 네이버와 상대하기 버겁고, 언젠가는 포털의 자본에 흡수되는 것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순수한 검색으로 승부하겠다는 ‘첫눈’은 네이버에 인수되며 그 운명을 끝내고 말았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검색엔진개발사, 콘텐츠개발사는 더 이상 성장할 수가 없다. 인터넷경제가 포털 독점체제로 고착화되는 것이다.
포털, 왜 뉴스 편집을 포기하지 않는가
구글은 뉴스를 편집하지 않는다. 서브페이지에 뉴스를 검색식으로 배치할 뿐이다. 구글은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일체 인위적인 뉴스편집을 하지 않는다”고 사이트에 공고해놓고 있다. 한국의 포털사는 이와는 전혀 다르게 뉴스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20여명의 편집팀이 회의를 거쳐 뉴스를 취사 선택 및 배치한다. 하루 천만명이 방문하는 네이버의 뉴스면은 네이버의 경영진과 뉴스팀이 알아서 결정한다. 이들의 뜻에 따라 천만명의 네티즌은 하루의 주요 이슈를 접하게 된다. 바로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포털의 뉴스편집권력이다.
이들이 편집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 달 공정거래위원회는 포털의 불공정거래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뒤 각 언론사에서는 포털 관련 비판 기사를 쏟아내었다. 특히 서울신문은 10차례의 연재기사를 통해 포털의 모든 문제점을 샅샅이 밝혀냈다. 그러나 포털을 방문하는 네티즌들은 이러한 뉴스를 접할 수 없다. 포털의 뉴스팀에서 포털에 불리한 기사를 결코 주요면에 배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달 한나라당의 박형준 의원은 포털을 포함하는 신문법 개정안 공청회 때 포털 측과 설전을 벌였다. 포털 측에서 “우리는 늘 가치중립적으로 뉴스를 선택할 뿐이다”라고 주장하자, 박 의원은, “최소한 포털을 비판하는 뉴스는 안 보이는 데로 감추지 않느냐. 오늘 토론회 기사를 한번 포털 메인에 배치해보라”며 포털사를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포털사는 박형준 의원의 토론회 기사를 주요면에 전혀 배치하지 않았다. 그리고 말 한 마디만 해도 포털뉴스면 톱에 배치되다, 포털과 소송전을 벌이며 포털에서 사라진 전여옥 의원처럼, 아마도 박형준 의원에게 긍정적인 다른 기사 역시 앞으로는 포털에서 못 볼 가능성이 높다. 포털은 바로 이렇게 뉴스편집권력을 동원해 자사의 불리한 기사를 은폐하거나, 때론 적대적 세력에 얼마든지 보복을 가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재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일간신문을 소유경영했다. 매출액만으로 보자면 신문사 경영은 수익적으로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이 신문사를 소유했던 것은 자사의 사업을 방어하기 위해서이다. 이들은 자사가 소유한 언론권력을 마음껏 활용해 재벌에 대한 비판여론을 차단하곤 했다. 그러다 IMF 이후 재벌에 대한 비판여론 탓에, 이들은 신문사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현행 신문법에는 30대 대기업의 신문과 방송의 소유경영을 제한하고 있다.
포털사 역시 뉴스부문이 수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공정하고 선정적이라며 끊임없이 비판을 받고 있음에도, 그들이 편집권력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재벌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포털에 언론권력이 없었다면, 모든 불공정거래, 저작권침해, 명예훼손 등등 포털에 쏟아지는 비판을 막아낼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언론권력을 지니지 못한 소리바다가 비판여론과 법적 소송에 시달리듯, 포털사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사업은 일찌감치 접었어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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