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위축 속도 심각..여유롭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정부가 27일 국무위원 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이번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추경 편성을 계속 주장해온 기획재정부는 18대 국회에서라도 추경 편성은 반드시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는 특히 최근의 내수위축 상황은 매우 심각해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경제에 쇼크 수준의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재정전략회의에서 임시국회에서는 추경편성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다음 18대 국회에서라도 추경편성은 해야한다는 입장"이라면서 "6월에 원구성과 추경편성을 함께 해서라도 추경은 시급히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국회의 반대가 심해 못하지만 경제상황은 추경을 미룰 만큼 여유롭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재정전략회의 모두발언에서 "예산을 늘려서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예산을 매우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도 "추경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고 재정부는 해석했다.
재정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은 평소에도 예산을 줄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줄여서 다른 필요한 곳에 쓰자는 말을 한다"면서 "이번에도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강조한 것이며 추경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경을 편성하려면 먼저 국가재정법을 고쳐야 하고 지금 당장 시작하더라도 5월말이나 되어야 법 개정안이 나올 것이므로 어차피 물리적으로 임시국회에서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힘들다"면서 "새로 18대 국회가 구성되면 그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이 추경 편성을 놓고 반대 견해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있는 예산을 잘 쓰자"고 발언하면서 추경편성 불가 쪽으로 판세가 기울었지만 재정부는 이 같은 해석에 동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재정전략회의 중간 브리핑에서 "임시국회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대신 쓸 수 있는 가용자원이 2조원 정도 있는 만큼 일단 그것을 중심으로 선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마련한 4조8천655억원의 추경 편성이 일단 보류됐음을 알린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인위적으로 7%의 경제성장률을 맞추기 위해 대규모 재정사업이나 국채 발행 등 인위적인 부양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무리한 부양은 하지 않는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재정부는 이것저것 따질만큼 최근 경제상황이 여유있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은행 최근 발표에 따르면 1.4분기 국내총소득(GDI)이 전년동기대비 0.0%로 나왔고 전분기 대비로는 마이너스 2.2%로 집계됐다"면서 "작년 1분기 때도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0.3%가 나오는 등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올해처럼 급격하게 경기가 위축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같은 소득감소는 내수위축으로 이어지며 그 정도는 오일쇼크 당시에 비견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선제적으로 대책을 세우지 않을 경우 경기는 급속한 하강곡선을 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따라서 지금 경기논쟁을 할 만큼 한가롭지 않으며 다행히 남아있는 재원을 국민에게 환류시킬 방법이 있으므로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부는 또 아직은 경기위축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추세로 봐서 한두달 후면 경기위축이 심각한 수준임을 정치권에서도 인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나타날 경기지표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추경편성에 동의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추경편성도 (국가재정법 개정을) 의원입법으로 해서 빨리 해주면 좋겠지만 지금 반대에 부딪혀 안되고 있다"면서 "이런 경제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말고 있으라는 것은 직무를 유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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