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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외에 `체제에 대한 안전판' 인식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은 왜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집착할까.

북한이 최근 매체를 통한 대남 비방 공세를 계속하면서 우리 정부에 제1,2차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물인 6.15, 10.4 선언을 이행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어 그 배경과 속내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은 통일부의 업무보고 등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공식화된 지난 달 말부터 6.15, 10.4 선언 이행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도 북은 지난 26일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상주 연락사무소 설치 제안을 거부할 때 "6.15, 10.4 선언에 대한 입장을 바로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고 29일 같은 신문을 통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은 결코 정치적 흥정물이 될 수 없으며 일개 정상배(政商輩)가 부정한다고 그 민족사적 의의가 훼손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북이 두 선언의 이행을 강조하는 배경으로는 우선 `명분'에 강하게 구속받는 북한의 체제 특성과 경제적 상황이 꼽힌다.

이를 테면 1991년 연형묵(2005년 사망) 당시 정무원 총리가 서명한 남북기본합의서와 달리 최고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직접 서명한 합의문이라는 점, 10.4 선언에 담긴 남북간 경협사업들이 절실하다는 점 등을 주된 배경으로 보는 견해인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좀 더 복잡한 `속내'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새 대북정책이 비핵화와 개방이라는 큰 변화를 전제로 깔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그에 대응하는 `방패' 차원에서 두 선언을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체제에 대한 정치적인 안전판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6.15 선언과 10.4 선언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6.15 공동선언 1,2항에서 나오는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남북의 서로 다른 통일 방안에 대한 유사점 언급 등은 결국 `공존'에 대한 것으로서, 서로 상대 체제를 인정한 채 화해협력하자는 것"이라며 "북은 지금 `비핵.개방 3000'이 흡수통일 방안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6.15 선언 등을 강조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다른 북한 문제 전문가는 "북한 입장에서 6.15와 10.4 선언 이행 약속을 받음으로써 두 선언을 관통하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현 정부가 존중한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을 것"이라며 "특히 현 정부가 국제 공조를 통한 북한 문제 접근을 공언한 만큼 그와 대척점에 있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재확인하려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전반에 6.15, 10.4 선언이 다른 각종 주요한 남북간 합의에 비해 `어려운 환경 속에 잘 만든 합의'라는 인식이 보편적으로 깔려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소식통은 "북은 남북기본합의를 공산권 붕괴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남측의 요구를 많이 수용해 만든 합의였다고 생각하는 반면 6.15, 10.4선언은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 자신들이 남북관계와 관련해 원하는 바를 상당부분 반영한 합의라고 보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시 말해 6.15와 10.4 선언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근거도 넣고 자신들의 통일 전략도 담았다고 보는 듯 하다"면서 "자신들 내부의 보수파와 온건파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고 대남 전략 측면에서 남한 사람들의 대북 적대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합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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