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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촛불이 더욱 빛나려면

10대는 운동권 386과의 선을 명확히 그어라

88만원세대론으로 좌절하는 20대를 위한 담론을 전파했던 386세대 경제학자 우석훈은 “촛불을 들고 시위에 나선 10대는 성숙한 시민 주체에 가장 가깝다”며, “이들이야말로 한국의 희망이자 구원”이라 극찬했다. 반면 20대에 대해서는 “10대 수준의 집단적 자각조차 못하는 끝장 세대”라 폄하했다. 우석훈의 세대 구분 기준은 오직 촛불시위에 참여했냐 안 했냐의 여부이다.

20대 중에 미국산 쇠고기 뿐 아니라, 한우는 물론 중국산 해산물, AI 조류 등 각종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찾느라 정치적 촛불시위에 관심이 없는 학생이 있다 치자. 우석훈은 이런 학생은 냉소적이고 무기력한 끝장세대이고, “이제 대학도 못 가고 소가 되어 죽을 거에요”라 눈물 흘리는 10대 소녀가 합리적 시민 주체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는 또 다른 386세대 지식인 진중권 및 좌파 매체들은 “10대들은 빨갱이에 현혹될 애들이 아니다”, “대중이 분노를 표현할 수 있도록 엄호하자”라며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불과 10개월 전,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의 젊은 팬들이 합법적으로 응원 댓글을 쓰자 국가주의를 부추기는 우익 파시스트 집단이라며 언어폭력을 저지른 바 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정치성과 맞으면 참여의 열정이라 띄우고, 이에 어긋나면 집단 광기라 몰아붙이는 그들이야말로, 같은 기준으로 좌익 파시스트라 부를 만하다.

물론 10대들의 대규모 시위참여에서 2008년 한국사회의 시대적 분위기와 그들의 세대적 특성이 감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10대들은 첫째, 능숙한 웹서핑을 통해 기성세대에 비해 정보취득력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고, 둘째, 붉은악마 때처럼 지연과 학연을 넘어 거대한 사이버 공동체를 이루어내며, 셋째, 386 부모세대의 영향으로 공적인 주제에 관심이 많다는 특징을 드러낸다. 그러나 좌파 매체들의 주장대로 이들이 건강한 시민적 주체로서 미래의 희망이 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자신이 얻고 있는 인터넷 정보의 유통 체계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미친소 소동은 거대 포털사가 특정 정치세력을 대변하는 익명의 블로거 글을 메인 화면에 배치하며 여론을 주도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이, 권력의 의도에 따라 정치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

둘째, 모든 사안을 종합적으로 통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만약 10대들이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 미국소 뿐 아니라, 한우와 중국산 먹거리까지 비교분석했다면, 집회 참가 양상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셋째, 남들이 불순한 의도로 자신들의 독자적 판단력을 인정해주는 순간, 바로 그 세력에 의해 이용당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이번 촛불시위 집회의 주체는 10대가 아니다. 기존 반미단체와 노대통령을 위해 분신자살을 기도한 정당인이 수석대표로 있는 인터넷정치단체가 모든 기획을 주도하고 있다. 10대들은 아직은 머릿수를 채우는 역할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운동권 386세대는 대선과 총선을 거치며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제도 정치권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아직도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공고한 권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들은 역사에 없었던 해괴한 좌익 파시스트 세력으로 결집하여, 10대들을 주요 타겟으로 잡았다. 20~30대는 그들에 의해 무능력한 세대로 낙인찍히며 여전히 발언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386세대의 이슈 선점의 독과점 현상이 바로 이번 10대들의 반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렇다면 촛불을 들고 나온 10대들의 할 일은 명확하다. 국민의 건강보다는 정치투쟁을, 아랫세대의 자율적 성장보다는 소모적 동원만 일삼는 386 운동권 잔존 세력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이다. 그래서 운동권 386을 제외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발언을 시작할 때, 그들의 촛불은 진정으로 빛날 것이다. / 변희재

* 조선일보 칼럼을 수정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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