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훼손을 당할 경우 해당 언론사 뿐 아니라 이를 게재한 포털사이트에도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민사 10단독 김승곤 판사는 지난 8일, 한나라당 전여옥 최고위원이 “잘못된 기사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NHN(주)과 CBSi(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 들이 연대해 원고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8일,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을 향해 불쾌감을 나타내는 발언를 했고, 이에 대해 노컷뉴스 기자가 자사에 기사를 입력하면서 김현미 대변인을 전여옥 대변인으로 잘못 표기한 것에서 시작됐다.
해당 기사는 같은 날 저녁 6시50경, <이명박 시장, “전여옥, 말을 그리 함부로 하나”>라는 제목으로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사진과 함께 그대로 전송됐다. 이 기사는 오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게재된 지 50여분이 지난 후에야 수정됐고, 전 최고위원은 네티즌들에게 무차별 명예훼손을 당했다.
그동안 피고 NHN(네이버)측은 “기사작성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고, 단지 피고 CBSi(노컷뉴스)측이 전송해 준 기사를 그대로 게재했을 뿐이므로, 오보게재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불특정 다수가 접속하여 보는 포털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로서 사이트에 게재되는 기사가 사실내용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을 통해 대상인물의 명예훼손을 입히지 않도록 주의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을 내렸다.
또한 “기사작성과 전송 및 게재의 체계상 기사의 진실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의 여지가 없더라도 그와 같은 사유는 내부에서 책임을 분담할 때 주장할 사유에 불과할 뿐, 면책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인해 포털사이트의 뉴스서비스는 언론사에서 전송한 기사를 게재할 때, 그 내용을 수정하거나 편집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져야함이 분명해졌다.
또한 앞으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정보로 인해 각종 명예훼손 및 손해를 입은 자는 정보를 유통시킨 네티즌 뿐 아니라, 이를 게재한 포털 측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짐에 따라 줄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네이버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회의 때문에 바쁘다”는 답변만 반복할 뿐 전화연락이 되지 않았다.
“네이버는 유통만 했을 뿐… ‘노컷뉴스’보다 책임 크지 않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인터넷기업협회 김성호 사무국장은 13일 <프리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포털이 뉴스서비스를 유통한 책임은 있으나, 편집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범위를 묻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면밀히 책임을 묻자면 유포했다는 의미는 있지만, 언론사들이 돈을 주고 파는 뉴스를 배치 한 것 밖에 없다”며 “생산자(노컷뉴스)보다 책임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기사가 잘못된 경우 포털 측에서도 빨리 기사를 내리고, 피해구제에 있어서도 노웅래 의원과 같이 인터넷심의보도위원회를 만들어 언론중재법에 넣어 제도적 마련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허위사실을 게재한 정보생산자 뿐 아니라, 정보제공자자도 책임이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는 만큼 포털의 뉴스서비스 뿐 아니라 블로그, 카페 등의 악성댓글, 불법저작물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책임을 져야할 전망이다.
김 사무국장은 불법저작물에 있어서는 “OSP(온라인서비스제공자)가 100% 책임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불법인지 알 수 있는 여부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등 기술적인 문제도 뒷받침 돼야한다. 그런 것 없이 업체에게 모든 것을 감시하라고 하면 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모든 이용자들이 발행인이 된 만큼 UCC(사용자제작콘텐츠) 기반의 이용자의 인식이 중요하므로 네티즌들과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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