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애인단체들 국가인권위 점거농성(자료) |
국가인권위원회가 각종 단체의 집회ㆍ시위 장소로 활용되면서 주변 사무실의 눈총을 받고 시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이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9일 인권위에 따르면 2001년 11월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5년여 동안 위원회 사무실과 복도, 상담센터 등이 이틀 이상 점거농성의 대상이 된 것은 모두 21차례로 점거 일수가 346일에 이른다.
작년의 경우 장애인교육권연대가 3월13일∼5월2일,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연대 3월28일∼5월27일, KTX 전 여승무원들이 5월16일∼17일, 한국백혈병환우회 8월23일∼9월6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9월25∼29일 등 5개 단체가 93일 동안 인권위를 점거했다.
올해도 전국장애인 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 50여명이 1월24일 인권위 11층 배움터를 점거한 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활동보조인 서비스 전면 시행을 촉구하며 17일째 단식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17일 다단계 사기 피해자 30여명이 인권위 7층 인권상담센터를 한나절 동안 점거하는 등 위원회 집단 난입과 점거 시도는 더욱 빈번해지고 인권위가 세들어 있는 서울 중구 금세기빌딩 앞에서는 수시로 기자회견 및 집회ㆍ시위가 열린다.
이에 따라 인권위 직원들이 불편을 겪는 것은 물론 시위대가 소음을 내는데다 전ㆍ의경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건물 출입구를 막고 승강기 이용을 제한하면서 같은 건물에 입주한 상인과 회사원들의 피해가 크다.
금세기빌딩 1층에 위치한 부산은행 장모(34)대리는 "인권위 관련 농성이 있을 때마다 은행 출입문 셔터를 내려 고객들이 출입문을 찾아 헤매고 소음 공해를 감수해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라며 "경찰, 기자, 시위대가 들락거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도난사고라도 일어날까봐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지하 1층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유모(42)씨는 "시위대와 전ㆍ의경이 건물에 있으면 손님이 찾아 오다가도 돌아나간다"라며 "주변 건물에 입주한 사무실 또한 시위대의 소음 때문에 이사한다고 하니 음식점이 잘 될 리가 없다"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인권위는 `인권을 대변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공권력을 빌려 시위대를 쫓아내거나 금세기빌딩 주변에 미리 환경보호 캠페인 신고 등을 내 다른 단체가 집회ㆍ시위를 못 하도록 막을 수 없는 처지이다.
인권위 이명재 홍보협력팀장은 "시위대가 사무실을 무단 점유하고 집회ㆍ시위가 잦으면 업무 지장을 초래하며 신경이 쓰이는 게 사실이지만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고 최대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