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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창조적 배신, 빠를수록 좋다

신당창당 측은 당을 나가주는 게 남은 자들에 대한 예의이다

 

 열린우리당 창당 때의 원칙은 잊었는가

 

 한번 배신을 하면 연거푸 배신을 하게 되고, 배신자는 배신을 당하지 않는다는 배신의 정치학이 있다. 열린우리당의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론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이다.

 천정배 의원은 1주일 전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를 했다고 알려졌다. 그 자리에서 천 의원은 신당창당을 주장했으나, 노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 때부터, 열린우리당 창당을 거쳐, 법무부장관까지, 정치적 동지의 길을 걸었던 천의원과 노대통령의 사실 상의 결별의 순간이었다. 천의원은 그뒤, 목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한화갑 민주당 대표와 만난 뒤, 서울로 오자마자 사실 상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자인했다. 노대통령 입장에서는 명백히 배신을 당한 셈이다.

 천의원은 이른바 천신정으로 일컬어진, 구 민주당 내 열린우리당 창당세력의 주역이었다. 그뒤 당의 원내대표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물론 정동영 전 장관이나 신기남 전 의장에 비하면, 조금은 온건파에 속했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창당의 명분을 역설할 때는 똑같았다.

 첫째, 민주당은 호남 기득권 토호세력으로서, 새 시대의 정당과는 맞지 않는다.
 둘째, 영남에서도 표를 얻을 수 있는 지역통합형 정당이 필요하다.
 셋째, 정치개혁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정당 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

 지금은 이런 원칙이 필요없다는 말인가? 아니면 민주당이 민주적 지역통합정당으로 발전이라도 했단 말인가? 천의원은 열린우리당의 정치개혁 노선의 성과는 그대로 계승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까지 포함하여 통합을 이루어야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렇다면 왜 멀쩡히 있는 열린우리당을 해체하여 신당을 창당해야하느냐는 질문에 부딪힌다. 그는 이에 대해서도 고민 끝에 답을 내놓았다.

 ▲민생개혁정치에 동의하는 세력과 인사 ▲광범위한 세력의 참여를 보장하는 대통합신당 ▲기득권을 배제한 평등한 참여 ▲국민참여경선 등 정치개혁 유지 등 신당창당을 위한 네 가지 원칙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역시 같은 질문에 부딪힌다. 언제 열린우리당 창당 때는 이러한 원칙이 없었던가? 다시 말하면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저런 원칙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는 속마음을 그대로 이야기하지 않은 듯하다. 노무현 정권의 통치에 책임을 져야할 여당, 열린우리당의 간판으로서는 도저히 다음 대선에서 정상적인 선거조차 치를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도 못했는데, 앞으로 잘하겠다고 해봐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점을 그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역시 같은 문제가 남는다.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로서, 전 노무현 정권 하의 법무부장관으로서 천의원은 노무현 정권과 열린우리당의 신뢰 추락에 대해 책임이 없는가? 책임 있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져야하는가? 최소한 실패한 정당의 창당주역으로서 그 자신이 앞장서서는 어떤 국민도 동의하지 못할 거라는 점은 인정할 수 있겠는가?

 민주당 분당 때도 당에 버텼던 그들


 정동영 전 의장, 김근태 의장, 천정배 의원 등 모두 열린우리당의 창당 실패를 인정했다. 창당 주역 중, 신기남 전 의장만이 남아있다. 반면 구 민주당 출신이 아닌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등은 역시 신당 창당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당에 남을 사람과 신당창당에 나설 사람으로 열린우리당은 분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신당창당에 나설 사람들이 해야할 일은 정해졌다. 당을 지킬 사람들에게 당을 넘겨주고, 스스로 당을 떠나는 것이다. 민주당 분당 때도 그랬다. 유시민, 김두관계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민주당을 떠나자고 재촉했다. 천정배 의원과 김근태 의장 등은 끝까지 민주당에서 버티면서 당이 완전히 붕괴될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그들은 지금도 그 일을 반복하려 한다.

 그들이 민주당을 떠난 것은 배신이었다.  한겨레신문사의 한 기자는 이를 창조적 배신이라 예찬했다. 천정배 의원의 말에 따르자면 노무현 대통령을 떠나는 것도 새로운 길을 위한 창조적 배신이다. 창조적이든 뭐든 배신은 나쁜 것이다. 그러니 한번 배신한 사람은 배신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삶의 진리라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창조적으로 배신해주는 게 배신당한 사람에 대한 마지막 예의일 것이다.

 배신당한 사람에게는 배신이 미운 게 아니라 배신하는 사람이 밉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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